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윥
아이들 입양 과정에서 드라마틱하지 않은 아이가 있겠느냐만은, 쿠키는 정말로 드라마틱하게 입양된 아이다. 공고기한이 지나면 칼처럼 안락사시키는 보호소에서 살아남았고, 입양 과정에서 우연이 겹쳐 인연을 만났고,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있으니 그야말로 견생 역전이라 할 수 있겠다. 쿠키를 포인핸드에서 어떻게 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쿠키를 처음 보고 그 귀여움에 숨이 턱 막혀버렸던 건 기억이 난다. 믹스 아이들이 다 귀엽지만, 이토록 독창적으로(?) 귀여운 믹스 아이가 있을까? 그 귀여움에 홀려 나는 어느새 이 아이의 입양을 간절히 바라며 홍보 게시물을 몇 번이고 올리고 있었다. 사실 나는 쿠키를 올리기 전부터 지쳐 있었다. 당시 맡았던 프로젝트가 하루 종일 매달려야 하는 일이었기에 거기에 집..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겠지.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이 마음이 이 아이들을 죽인 거 같았다. 공고기한이 끝난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안락사 당한 아이들. 한 달은 기다려 주시겠지, 생각한 마음이 나태와 방관이 되어 이 아이들을 죽인 거 같았다. 나는 왜 더 부지런히 아이들을 홍보하지 못했을까. 그 와중에 이곳에 있던 아이들 중 두 마리 정도가 좋은 집에 입양 간 것이 나는 오히려 더 아프고 슬프다. 왜 이 아이들은 좁은 장에 있다가 죽음을 맞아야 했을까. 장 밖으로 끌려 나와 죽으러 가는 그 길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을까. 안락사가 결코 안락한 죽음이 아니란 걸 알기에, 나는 보호소가 이 아이들에게 안락한 죽음이란 결말 대신 입양될 것이라는 조마조마한 믿음을 주면 어땠을까 싶다...
포인핸드를 오래 보다 보니, 분명 곧 입양될 거 같다는 느낌이 오는 아이들이 있다. 슬프지만 그 아이들은 대개 품종견이고, 나이가 어리며, 체구가 작다. 이 아이도 그런 아이였다. 근데 입양 공고 기한이 다 되도록 입양됐다는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다. 여기 경주 보호소는 칼 안락사에 보호소 환경이 열악하다고 소문난 곳. 나는 또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입양 홍보를 꽤 하다 보니, 문의 온 사람 중 이 사람은 분명 입양할 것이라는 느낌이 오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이 사람은 절대 입양 안 할 거라는 느낌도 제대로 온다. 이 아이에 대해 문의 준 사람들이 다 그런 사람들이었다. "입양할게요" 하고서는 다음 날, '엄마가 안된다네요....' '아들이 반대하네요....' 분명 미성년자 아닌 것도 확인했는..
보리를 처음 내게 알려준 건 사랑이 어머님이었다. 평소와 같이 어머님과 사랑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사랑이 어머님이 갑자기 울먹이며 아이 링크를 보내오셨다. 그리곤 입양 홍보를 부탁하셨다. 사랑이를 입양 보내며 거의 일주일을 매달렸던 나는 그래서 사실 처음에 조금 주저했다. 생각보다 그 스트레스가 극심해 일주일 내내 잠도 제대로 못 잤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랴. 눈에 한 번 담은 이상, 아이를 또 구해야 할 수밖에. 그렇게 다시 입양 홍보에 매달렸다. 그러나 나는 그때까지 알지 못했다. 이 아이가 조건으로만 보면 유기견 입양 플랫폼인 포인핸드에서도 가장 인기가 없는 아이였다는 걸. 믹스견에 피부병 걸린 아이. 경계 있고 입질 있다는 사랑이 때보다 더 문의가 없었다. 얄궂게도 아이를 데리고 있는 병원은..
사람만 보면 왕왕 짖지만 내심 만져주면 가만히 있음. 사람 손길이 그리운 듯 내가 미우를 책임지고 입양 보내야겠다 마음먹었던 건 유기동물 공고에 나와있는 이 특징란 문구 때문이었다. 저 크고 슬픈 눈망울에 사람 손을 탔지만 또 사람을 경계하게 할 만한 그 사연이 무엇일까. 본가에 있는 강아지가 생각이 나면서 오랜만에 울었다. 처음엔 나를 경계했지만 이내 내게 마음을 열었던 아이. 나만 졸졸 따라다니고 산책하며 세상 행복하게 웃던 그 아이가 미우처럼 버려지고 좁은 보호소 철장 안에서 있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다. 미우 이 아이도 처음엔 이렇게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받고 세상 행복하게 웃었겠지. 그래서일까. 미우를 책임지고 입양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