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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사이서 살아남은 쿠키 본문

입양 간 아이들

국화꽃 사이서 살아남은 쿠키

927-4 2021. 4. 1. 13:02

입양자님께서 주신, 두 발 뻗고 주무시는 쿠키 사진

 

아이들 입양 과정에서 드라마틱하지 않은 아이가 있겠느냐만은, 쿠키는 정말로 드라마틱하게 입양된 아이다. 공고기한이 지나면 칼처럼 안락사시키는 보호소에서 살아남았고, 입양 과정에서 우연이 겹쳐 인연을 만났고,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있으니 그야말로 견생 역전이라 할 수 있겠다.

 

쿠키를 포인핸드에서 어떻게 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쿠키를 처음 보고 그 귀여움에 숨이 턱 막혀버렸던 건 기억이 난다. 믹스 아이들이 다 귀엽지만, 이토록 독창적으로(?) 귀여운 믹스 아이가 있을까? 그 귀여움에 홀려 나는 어느새 이 아이의 입양을 간절히 바라며 홍보 게시물을 몇 번이고 올리고 있었다.

 

사실 나는 쿠키를 올리기 전부터 지쳐 있었다. 당시 맡았던 프로젝트가 하루 종일 매달려야 하는 일이었기에 거기에 집중하다가도 자꾸만 포인핸드를 들어가게 되고, 문의가 왔는지 확인하게 되고.... 특히 울컥울컥 갑자기 눈물이 나는 게 힘들었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나서 화장실 가는 척 자리를 뜬 적도 많았다. 입양 홍보만 하는 게 아니라 이동 봉사를 연결해주고, 대신 보호소에 물어봐주고, 이후 모니터링까지 하려다 보니 마음에 짐이 많았을 수 있겠다 싶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주된 이유는 이렇게 열심히 매달려도 아이들이 보호소를 빠져나올 수 없었을 때 몰려오는 안타까움, 그리고 죄책감이 내내 나를 짓누르고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이건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구석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쿠키(의 공고사진)

 

당시 나는 쿠키와 다른 아이, 총 두 아이의 입양 홍보를 올리고 있었는데 쿠키는 입양 희망자는커녕 임보 문의도 들어오지 않았다. 나도 사람들도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점점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쿠키의 입양 홍보글에는 '잘 가고 다음 생엔 사람으로 태어나거라'는 댓글도 달렸었다. 그렇게 거의 모든 이들이 포기하고 있었을 때, 어떤 연락이 왔다.

 

'두 아이 중 한 아이를 데려오고 싶어요.'

드디어 받은 문의. 그러나 두 아이 중 어떤 아이여도 괜찮다는 뉘앙스에 나는 당연히 '임시보호'를 문의하신 줄 알았다. 하지만 웬 걸. 놀랍게도 입양을 희망하시는 분이었고 사실 그래서 덜컥 겁이 났다. 동정심에 휩쓸려 입양하시겠다 하셨다가 며칠 뒤에 이를 무르는 분들이 꽤 있었기에, 나는 감사하면서도 사실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쿠키가 입양자님께 가게 되었다.

 

 

 

일단 입양자님들을 믿어보자

 

 

 

입양 홍보 일을 짧고 깊게 하면서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났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생각은 '일단 입양자님(혹은 임보자님)들을 믿어보자'는 것이다. 자세한 검증은 보호소에서 하도록 하고, 나는 그저 아이가 좋은 가족을 만났는지 지켜보고 확인하고 안심하면 되는 일이다. (그렇다고 아예 검증을 안 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내가 처음 구조하여 입양 보냈던 사랑이 어머님께서도 성실히 작성한 입양 지원서를 다른 데서 한번 빠꾸(?) 먹은 적이 있다. 조건만 보면 임보자 후보에도 못 들었을 지금 인천에서 아이를 열심히 케어하고 계시는 임보자님도 그렇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위할 결심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입양과 임보에 대한 장벽 때문에 아이들을 돌보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일단은 믿어보자' 주의다. 그리고 열심히 모니터링한다.

 

쿠키 입양자님도 나의 - 어쩌면 세상 물정 모르는 - 믿음에 큰 기여(?)를 해주신 분이다. 입양자님은 실제로 처음엔 동정심, 그리고 분노, 알 수 없는 감정들에 휩쓸려 아이를 데려갈 결심을 하셨으나 그 결심을 저버리지 않으셨다. 쿠키를 만나게 된 것에 (내가 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하고 계시며 누구보다 쿠키에게 사랑을 주고 계시고 아껴주시는 것 같다. 그리고 받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쿠키도 행복해 보인다.

 

쿠키 떡실신

 

 

쿠키 실물 가늠 영상..! 너무 귀여워!!

 

최근에 배우 이초희 님이 한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임시보호에 대해서 이야기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너무 예쁜 아이라 금방 입양이 되겠지, 해서 하트만 눌러놓고 있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면 떠 있는 국화꽃(안락사). 그 국화꽃을 확인하면, 머리가 띵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온다. '왜 못 가지? 왜? 이렇게 예쁜데?' 나도 이런 생각으로 입양 홍보를 시작했다. 임시보호를 할 수 있었으면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행동해주셨으면 좋겠다. 국화꽃 대신 입양자님 가족 분들의 사랑을 한껏 받고 있는 쿠키 같은 아이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미안해, 예쁜 아이들. 그리고 고맙습니다. 쿠키 입양자님!